일상(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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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눈 & 동네 산책
출근을 했다면 2시간 전에 일어나야했겠지만 오늘부터 해방된 날. 아들 기상시간에 맞춰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을 차려주고 컹컹되는 아들과 동네 병원에 들렀다. 요즘 독감과 코로나가 쌍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어 더 크게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빨리 약을 먹는게 나을 듯 싶었다. 아들이 "마침 엄마가 회사 안 가는 날에 아파서 이렇게 병원도 같이가네" 라며 집에 있는 엄마의 명분에 마침표를 찍어줬다. 약을 먹이고 학교를 데려다 주는 데 소복소복 눈이 아름답게 왔다. 올 해 들어 함박눈다운 눈이었다. 감기약을 먹은 아들이 하교 후 눈싸움을 한다고 엄마와 실갱이를 또 하겠구나 싶었지만 그래도 하얀 눈은 참 예쁘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주변이 이렇게 하얀 도화지처럼, 그리고 겨울 엽서처럼 예뻐지다니.. 눈송이 하나하나에..
2022.12.18 -
짧았던 5개월 회사 생활을 돌아보며...
5개월 간의 짧은 회사 생활을 마치는 날이다. 몇 주 전 부터 얼마나 기다리고 상상했던 날인 지 모른다. 이전 회사 경험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짧은 회사생활이었지만 마지막 출근 날은 어떤 회사의 마지막보다도 기다렸다. 내 인내심이 나이와 반비례하여 낮아지고 있나? 처음에는 의심이 들었지만 아니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힘들고 지치고 나를 소진시킨 회사생활이었다. 높은 직급에 정규직으로 이직했으니 어려울 거란 생각은 했지만...일반적이지 않은 회사생활이었다. 높은 급수 때문에 일은 많았고 끊임이 없었으며 권한은 없고 책임만있는 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새로운 사람이 왔으니 못했던 것들을 헤치우고 잘못해왔던 일들은 본인들이 아닌 새로운 사람에게 "왜 이렇게 된건가요?"를 순진하게..
2022.12.18 -
12일차
퇴사하고 12일째다. 앞으로의 일상을 기록해야 얼마나 소중하게 시간을 보냈는지 남을거 같아 짧게 하루를 남겨보려고 한다. 이미 정신없이 너무나 행복하게 보낸 지난 12일도 틈나는대로 정리할 예정이다. 아침에 산책을 나갔다. 같이 나가자고 했던 남편은 너무 달콤한 잠을 자고 있어 도저히 깨울 수 없었다. 어디로 걸을까하다가 동네 작은 산을 올라가기로 했다. 원래 아침에 혼자 나가는 걸 무서워하는데 어떻게 생각이 그렇게 미쳤는지 모르겠지만 괜히 오늘은 여기다 싶어서 한걸음씩 계단을 오르는데..중간 쉬는 나무데크에 남자 한 명이 있다. 몹시도 평범한 남자 분이였으나 혼자 무섭다는 생각에 다 오르지 못하고 내려왔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며 위로하면서..) 공원에 있는 공용 운동기구들을 내가 이용할 날이 올까..
202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