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2. 23:02ㆍ여행
코로나로 물든 2020년을 잘 보내고 2021년 새해가 왔다.
여전히 2020년 12월31일과 똑같은 하루지만
새해 맞이 의식을 갖는 것이 2021년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설악산을 당일치기로 가려했으나.. 코로나임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차는 막힐거고...
그나마 가깝고 안가봤던 포천으로 방향지를 정했으나...
남편은 운전 도중 너무 멀다며 방향을 선회했다. 도봉산으로
도봉산은 서울의 북쪽에 있어 이름만 많이 들었지 한번도 가보질 못했다.
일단 네비게이션 거리가 급격히 줄어든 것 만으로도 신이 났다.
주차장 초입부터 등산로 입구를 알리듯 일자로 늘어선 노점상과 등산객 인파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코로나19는 산을 비켜가는 것인가...
일단 사람들이 없는 길을 골라 등산 입구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가지 않는 등산로를 택했다.
산 입구부터 아들과 아빠는 나무에 있는 새가 쇠박새다 아니다로 시끄러운 논쟁을 이어갔다.
(아... 시끄럽고 부끄럽다 아들아.. 남편아.. 그만해라..)
인적이 드문 등산로를 택했음에도 끊임없이 등산객들을 마주치고,
천천히 거리를 두고 오르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늦췄다 빨랐다를 반복했다.
얼마 걷지 않은거 같은데 나온 갈림길... 남편은 아들을 의식해서인지 내려가는 둘레길을 택하려했으나
이제 막 숨이 가쁘며 에너지 발산을 시작하려는 아들은 아쉽다고 내려가는게 싫다고 했다.
이제야 막 몸이 데워졌는데 내려가자는 소리에 나도 맥이 빠지면서 이럴려고 산에 왔나 싶었다.
일단 오르기로 하고 가파른 돌들을 밟고 나무뿌리들을 밟으며 셋은 오랜만에 등산다운 등산을 했다.
처음 와본 산이고 가지각색의 모양의 돌을 밟고 땅을 내딫는 느낌이 새롭고 신선했다.
10살 아니 이제 11살 아들도 그게 재미있는 모양인지 등산 스틱을 갖고 총놀이를 하다가
혼나기도 하며 그렇게 오르고 마치 정상에 오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가파른 바위에 올랐다.
하지만 정상은 가파른 바위 너머너머너머에 있을 것이다.
오른지 1시간정도 지나니 이제 슬슬 걱정되는 아빠는 준비해온 군대식 비빔밥과 라면을 먹기위한
장소를 고른기 위해 내려가자고 한다. 이미 등산 놀이를 충분히 한 아들도 슬슬 고추장비비밥이 먹고
싶은지 고개를 끄덕이며 내려오는 길에 적당한 바위에 앉아 비빔밥과 라면을 먹는다.
추운 바람과 따끈한 국물 매콤한 밥은 산에서 먹어야 제맛이다.
아들도 한없이 감탄사를 외치고 이럴려고 산에 왔다며 건강하지 않은 식사를 건강하게 마쳤다.
(역시 컵라면은 산에서 먹어야한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보다 더 다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근육들도 후들후들 제마음대로 움직이니
정신을 바짝차려 내려왔다. 2시간 정도의 짧은 등산이었지만 새해 의식을 잘 치룬것 같다.
막상 산에서는 걷는데 집중하다보니 이런저런 생각을 못했지만
2021년은 도봉산의 등산로처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재미있는 울퉁불퉁한 시간들이
펼쳐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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