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기쁨_달콤한 하루(석민진)를 읽고
타인의 일상을 아무 생각없이 읽으면 내 일상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고
남들도 나처럼 힘든 하루를 견디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며 살고 있구나를 알게된다.
그런 의미에서 타인의 블로그를 읽는 것은 때로는 머리를 식히기에 더없이 좋은 플랫폼이다.
몇 년 전 베이킹에 관심이 많았을 때 케익 전문가인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여성의 블로그를 한 두번 방문하게 됐다.
글에서 느껴지는 긍정 에너지와 겸손함이 다른 인플루언서의 글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체감했는 데
케익의 독보적 창의성과 빵과 쿠키의 정갈함이 계속 글을 읽게 만들었다.
결혼과 동시에 부득이 미국에서 아이 셋을 낳고 키우며 자신의 열정을 놓지 않는 모습에
하루하루 업데이트 된 글을 읽는 것은 어느 순간 마치 블로그 주인장을 응원하는 의식처럼 여겨졌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은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는 불같은 성격의 나를 반성하게 했고
이웃이나 친구를 만날 때 쿠키나 책 등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따뜻한 마음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쿠키나 빵 등이 올라올 때 저 레시피를 꼭 따라해봐야지 다짐을 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너무 쉽게 잊혀져 다시 블로그를 열어 레시피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일상과 함께 레시피가 담긴 책을 냈다고 해서 내심 기뻤다.
"베스트 셀러는 작가가 만든다"는 생각으로 석민진 작가는 쿠키를 굽고 이벤트를 만들어 독자들에게
쉼없이 다가간다. 온라인에서의 친밀도가 오프라인의 친밀도와 차이가 있는 지 한국에서 작가사인회가
있었음에도 거리가 멀기도 해서 참가를 못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고 빵집의 쿠키가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극에 달했을 때 직접 구워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마침내 책을 사고 도착한 날 바로 완독해 버렸다.
석민진 작가의 블로그의 따뜻한 시선과 문체가 책에서도 그대로 들어났다.
특히 하루를 시작하기 전 기도는 참 좋아서 내 일상 기도가 되기를 바라며 화장대 앞에 써서 붙여놓아다.
<Serenity Prayer (평온을 위한 기도, Karl Paul Reinhold Niebuhr) >
God, give us grace to accept with serneity the things that cannot be changed, courage to change the things that should be changed, and the wisdom to distinguish the one from the other.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을 편온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온화함과 바꿔야 할 일을 바꾸는 용기, 그리고 이들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 해당 도서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 내용 중
육아에 대한 관점, 사회적 존재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작가의 삶의 태도, 부모님과 남편 등 가족에 대한 애정이
글게 고스란히 묻어났다. 중간 중간 내가 원하던 레시피도 활자로 박혀있으니 언제든 내가 필요할 때 꺼내 만들어 볼
수 있어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스티커로 구분해놨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집에 있는 재료로도 만들 수 있는 브라우니를 구웠다.
비록 바닐라 익스트림은 없어서 빠졌고 흰설탕이 아닌 건강을 생각해 스테비아로 대체했고 적당한 사각팬이 없어
더 넓은 팬에 구워져야했지만 꽤나 만족스러웠다. 다만, 우리 가족의 평소 입맛에는 달아서 설탕을 좀 더 조절하고
베이킹에 맞는 팬으로 굽는다면 굳이 비싼 베이커리 과자들을 구매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더욱이 내가 만든 브라우니는 실용적 기쁨과 함께 내가 창조해 낸 결과물로서 나를 보여주는 기쁨도 있었고,
누구를 나눠줘야하나 하는 생각에 인간적 기쁨도 생겼다.
자신감을 얻은 나는 바로 다음 쿠키를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과 도구들을 쿠팡으로 배송했다.
웬지 시골 어딘가에서 초코 쿠키를 굽고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미래의 내 모습도 상상하면서...
이런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창조의 기쁨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