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았던 5개월 회사 생활을 돌아보며...
5개월 간의 짧은 회사 생활을 마치는 날이다.
몇 주 전 부터 얼마나 기다리고 상상했던 날인 지 모른다.
이전 회사 경험에 비하면 10분의 1도 안되는 짧은 회사생활이었지만
마지막 출근 날은 어떤 회사의 마지막보다도 기다렸다.
내 인내심이 나이와 반비례하여 낮아지고 있나? 처음에는 의심이 들었지만 아니다.
정말 이상하리만치 힘들고 지치고 나를 소진시킨 회사생활이었다.
높은 직급에 정규직으로 이직했으니 어려울 거란 생각은 했지만...일반적이지 않은 회사생활이었다.
높은 급수 때문에 일은 많았고 끊임이 없었으며 권한은 없고 책임만있는 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새로운 사람이 왔으니 못했던 것들을 헤치우고 잘못해왔던 일들은 본인들이 아닌
새로운 사람에게 "왜 이렇게 된건가요?"를 순진하게 묻는 얼굴들...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였던 일들이 시간이 지나다보니 모두가 가식의 군상처럼 다가왔다.
본인들이 잘못한 일들을 새로운 사람이 해결해주길 바라고 처리해 주길 바라는 ..
본인들이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지금 자리에 있는 네가 알아서 해.. 나도 그랬으니... 하는 심보들을 먼저 알아챘다.
그래서 정규직 전환 평가서를 쓰라고 메일이 왔을 때 쓰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아쉬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이도 있고 이직 경험도 있다보니 이 회사에 5년이상은 안착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밤 새 떠오르는 세세한 업무들, 감정적인 민원들, 내 일은 아니니 네가 알아서 하라는 밑에 직원들의 무책임,
여러 대안들은 다양한 원칙적인 이유로 안된다는 상위직급자들, 외부 지적과 시선에만 반응하는 상위 부처..
뭐 하나 이 구멍에서 빠져나갈 길이 안보였고 그래서 5개월을 버리기로 했다.
5개월을 버리기로 마음먹고 마직막으로 출근하는 아침 7시의 출근길은 추웠고 어두웠다.
서울의 대각선을 그리며 5개월 간 출근길에 나섰던 내 스스로를 칭찬하며 이렇게 보낸 5개월이 실패가 아니라고
되뇌이며 남은 반절의 인생은 진정한 나로서 살아야한다고 다짐한다.